넷플릭스의 콘텐츠 골든타임, ‘90초 룰’
넷플릭스가 사용자의 이탈을 막는 방법
ditoday.com
원하지 않는 검색 결과 얻은 고객 90% 이탈
얼마 전에 의미심장한 리포트를 하나 봤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업체 그루비가 발행한 ‘검색에서 검색 추천으로, 검색 패러다임의 확장’이라는 보고서였죠. 이커머스 시장에서 검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었는데요, 그루비 데이터 사이언스팀이 50억 건이 넘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은 사용자의 구매율은 67.5%에 달한 반면, 원하지 않은 검색 결과를 얻은 사용자의 90%는 해당 웹사이트를 이탈했다는 것이죠. 제대로 된 추천이야 말로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구매로 이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추천해야 고객 니즈를 그만큼 반영할 수 있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진리이기도 하죠.
이제는 단순히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찾는 시대에서 고객의 니즈를 매칭할 수 있는 검색 추천 시대로 넘어가는 듯합니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로 진입했죠.
고객 개인화에 맞춘 추천 검색 알고리즘
그루비는 보고서에서 “최근 검색 추천은 통계형과 연관형으로 나눈다. 통계형은 판매량, 검색량 등에 따른 추천 기반”이라고 합니다. 즉, 통계형은 전통적으로 그동안 이커머스 기업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던 방식이었죠. 반면, 연관형은 좀 다릅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넥플릭스처럼 검색어와 관련한 상품을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방식이 연관형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이제 단순히 고객이 많이 찾는 제품을 확률적으로 분석 후 그 무게대로 제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고객 개인화에 맞춘 고도화된 추천 검색 패러다임으로 마케팅 방식을 전환해야 하고,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우루루’ 많이 몰리면 장땡인 마케팅이 아니라 ‘개미 주주’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죠. 개미도 뭉치면 커다란 덩어리가 되잖아요.
* 왜 '90초 룰' 일까?
넷플릭스, 하면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떠올리겠지만 무엇보다 빅데이터 분석, 딥러닝, 머신러닝 등의 인공지능으로 모든 비즈니스 영역을 물론 거의 모든 사내 의사결정에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즉, 넷플릭스에 있어 사용자 데이터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특히 추천 등에 의한 콘텐츠를 선택할 때 데이터에 내재한 사용자 취향 및 행동 정보를 추출해 사용자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도 이를 적절히 이용합니다.
마케팅 자금도 어마어마해서 1년에만 약 3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하니 거의 못할 것이 없는, 거침 없어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시리즈를 보면 대부분 볼 만 하죠? 이미, 제작 단계부터 그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할지, 무엇을 제작해야 할지 철저히 분석해 놓은 후 제작에 임하기 때문에 ‘이겨 놓고 싸움을 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골든타임’, 90초를 잡아라
그 안에서도 넷플릭스는 ‘90초 룰’에 많은 고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진행한 조사를 보면 사용자가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콘텐츠 썸네일 하나 보는 데 1.8초 가량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썸네일에서도 1.8초를 소비하죠. 전체 화면에는 약 20개의 타이틀 썸네일 박스(아트워크 이미지)가 있는데, 90초 내에 내가 볼 콘텐츠를 사용자가 선택하지 못하면 “넷플릭스, 뭐 볼 것 없네”하며 이탈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다음에 또 접속했을 때 90초 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몇 번 반복되면 아예 구독을 해지한다고 하니, 넷플릭스와 사용자 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개인 구독서비스와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 한 명 한 명이 이탈하는 순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개인 추천, 개인화 프로그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그렇다 해도 넷플릭스는 100개가 넘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혼합해 활용 중이며, 그렇게 넷플릭스 시청자 콘텐츠의 약 80%는 추천에 의한 것이니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결국 사용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접속하거나 스스로 검색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비중이 낮은 반면, 넷플릭스 추천으로 결정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추천 시스템만 보더라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추천 알고리즘’, 다른 하나는 ‘홈페이지 및 아트워크 구성’입니다. 이호수 고문은 영상에서 “추천 결과를 웹사이트에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수많은 영화 중 개인 사용자의 눈길을 잡아 끄는 20여개의 아트워크 이미지를 추천한다? 역시 쉽지 않겠죠. 어쨌든 넷플릭스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아트워크를 구성합니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라는 콘텐츠를 예로 들면, 로맨틱 영화를 많이 보는 사용자에게는 남녀 간의 로맨틱한 장면을,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용자에게는 로빈 윌리엄스 이미지를 노출하며 개인의 취향을 차별화합니다.
넷플릭스 크리스 제피 부사장 "시청자에 90초내 보고 싶은 콘텐츠 찾아줘"
넷플릭스 크리스 제피 부사장 "시청자에 90초내 보고 싶은 콘텐츠 찾아줘", 혁신성장 기업인이 이끈다 크리스 제피 부사장 인터뷰 이용자와 콘텐츠 연결해주는 게 넷플릭스 데이터 기술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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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가입자 1억 명은 모두 로그인 후 각기 다른 화면을 마주하게 된다. 넷플릭스에 처음 접속하면 좋아하는 동영상 콘텐츠 세 편을 선택하도록 한 뒤 이와 비슷한 동영상 콘텐츠를 포함해 이용자 개인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제피 부사장은 “우선 이용자 자신이 어떤 콘텐츠를 봤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중요하게 취급한다”며 “무엇을 봤는지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면밀히 분석한다”고 답했다.
‘하루 중 언제, 어떤 콘텐츠를, 스마트폰·스마트TV 등 어떤 기기로 주로 보는지’를 분석해 이에 걸맞은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용자가 매긴 평점 데이터도 활용한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A가 이용자 B와 마찬가지로 영화 ‘옥자’에 높은 점수를 줬다면 B가 좋아하는 다른 영화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 아래 A에게도 그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1억여 명의 가입자를 수천 개 그룹으로 나눠 이들이 매긴 평점 간 유사성을 살핀다고 그는 설명했다.
제피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아니고 테크(기술) 회사도 아니다”며 “엔터테인먼트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결합(marriage)을 통해 가입자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추천 알고리즘에 사활 걸다
이미 넷플릭스는 이런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2006년부터 약 3년에 걸쳐 100만 불 우승상금을 걸었을 정도로 이것이 곧 넷플릭스의 미래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용자의 행태를 수집하고 그에 맞춘 고품질 시스템을 개발하고 필터링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호수 고문은 영상에서 “넷플릭스의 인공지능 활용 방식은 모두 6가지”라며 이용자 취향의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4가지 적용 사례와 비즈니스 목적의 2가지 활용 사례를 꼽았습니다. 넷플릭스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4가지 사례는 ▲개인화 콘텐츠 추천 시스템 ▲개인 홈페이지 화면구성과 아트워크 이미지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볼 것인지 예측한 새벽배송 ▲비디오 재생 시 스트리밍 품질 최적화 방안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강조한 2가지 활용사례는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제작 시 인기 및 흥행 예측 ▲넷플릭스 인공지능/머신러닝 및 데이터 분석활용입니다.
이렇게 넷플릭스는 90초 내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많은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읽을까?”… 미디어도 90초 룰 적용?
요즘 얼마나 볼 게 많습니까? 일드, 미드, 웹툰, 유튜브, 블로그, 뉴스 콘텐츠 등 말이죠. 특히 전문지는 더 치열합니다. 어쩌다 콘텐츠 하나가 우연찮게 선택되더라도 다음 뎁스로 독자를 잡아 끌어야 하는데 늘 고심합니다. 일일이 독자 취향에 맞춰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는 없겠지요. 뉴스는 공공재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때 승부하지 못하면 독자는 “뭐 읽을 게 없네”하고 여길테고,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아예 구독을 해지하지 않을까요? 독자 추천 알고리즘에 기반한 뉴스 콘텐츠는 아니어도 독자에게 유용한, 꼭 필요한 타이틀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넷플릭스의 개인화 서비스에 감탄하고, '90초 룰'을 적용한 서비스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90초 이내에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 서비스를 다시 찾지 않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러기 때문)
이 '90초 룰'은 단지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하나의 썸네일을 보는데 드는 시간이 1.8초라고 했을 때, 나 또한 유튜브 한 화면에서 제공하는 6개의 썸네일을 보고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바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광고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미래에는 검색을 해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제공해주는 맞춤형 정보를 습득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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